IT의 중심에서

기술은 사람을 행복하게 할 때 가장 가치가 크다.

안되는건 없지만.

‘소프트웨어라는게 안되는 건 없지만…’

나는 이 말을 정말 싫어한다.
이 말은 허세의 산물이다.
‘세상 일이란게 안되는 건 없지만.’, ‘우리 대장간에서는 못만드는게 없지만’ 이라는 말과 똑같다.

그런데, 개발자들은 이 말을 자존심 방어나 자기보호를 위해 사용한다. 안타깝다.

나는 이 말이 SI 영업현장에서 유래된 것으로 생각된다.
어떻게든 수주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못한다는 이야기”를 하면 안된다.
사회 초년생일 때 SI 영업을 따라나섰다가 고객 앞에서 이 말을 하고 매우 혼이 났던 기억이 있다.

우리나라 SI 시장이 좁아서 무슨 일이든 해야 먹고 살기 때문에 쉽게 이야기하는게 아닐까 생각했다.
물론, 나도 SI 영업전선에서 저 말을 많이 썼다. ‘누가 하던 비슷 비슷 해. 나한테 줘.’ 뭐, 대강 이런 뉘앙스다.
만일 시장이 넓었다면, ‘저는 못하니까 다른 분 찾아보세요.’하고 쉽게 말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 말을 믿은 대부분의 발주사는 대부분 굉장한 어려움을 겪거나, 프로젝트에 실패한다.
여기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1. 아는 것이 기술이 아니라, 몸에 익힌 것이 기술이다.

개발도 마찬가지이다.
단순히 코딩이라는 작업은, 로직을 구현하기 위해 프로그래밍 언어를 타이핑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업무적 기술적 환경에서는 어떤 업무오류가 잦은지’, ‘어떻게 모듈을 구성해서 어떤 소프트웨어 형상을 잡을 것인지’ 등등을 결정하고 실행할 줄 아는 것을 “기술 (Technic)”이라고 한다.

자동차 정비 기술로 비유를 해보자.
단순히 망가진 부품을 교환하는 것을 기술이라고 이야기하기 힘들다.
어디가 문제인지를 파악해내고,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어야 그 사람을 “기술자”라고 불러준다.

일반적으로 기술 하나를 익히기 위해서는 관련된 여러가지 것들을 함께 익혀야 한다.
개발도 마찬가지이다.
언어뿐 아니라, 코딩 습관, Sandbox 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네트웍 통신 상에서 발생되는 Broken Pipe에 대한 예외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등등을 함께 익혀야 비로소 하나의 기술을 익혔다고 할 수 있다.

즉, 기술로 어떤 문제를 풀 수 있어야 비로소 기술자로 인정받는 것이다.

그냥 알고 있는 것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지식’이다. 이것을 기술로 착각해서는 안된다.

기술이 몸에 익어서 자연스레 나오지 않으면, 기술이 없는 사람이거나 ‘초급자’이다.
고객이나 기획자와 인터뷰를 하면서 자연스레 머릿 속에 무언가가 그려진다면, ‘중급자’라 할 수 있겠다.
머릿 속에 그려진 것을 구현했을 때 대부분 막힘없이 구현된다면, 비로소 하나의 기술을 익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알고 있다고 기술로 착각해서는 안된다.”

2. 기술이 없으면, 없다고 말하라.

개발자가 한 쪽 분야로 전문성이 높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른 분야를 배워가면서 한다면 그다지 높은 수준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어떤 일이나 그렇지 않은가?

“기술이 없다.” 고 말할 수 있는 개발자가 되어야 한다.
없는 기술로 어설픈 책임을 지겠다고 하는 개발자는 사실 “프로젝트를 망치는 사람”이다.
부족한 것은 부족하다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SI 개발자와 같은 Technical Generalist 에게도 전문기술은 있어야 한다.

대부분 연륜이 오래된 개발자들은 자기 전문분야가 하나씩 있다.
그러니, “다 할 수 있다.”고 어설프 눈가림을 하면 부끄러움을 당할 수 있다.

차라리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하고 경험을 쌓아서 “기술”을 폭넓게 익혀가라.

3. 개인이 가진 기술과 조직이 가진 기술은 다르다.

당신이 자동차 제작을 공부하고 실무도 뛰어본 훌륭한 기술자라고 하자.
하지만, 누군가 당신을 채용했더라도, 그 회사가 자동차 제작 능력을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니다.
생산설비가 있어야 하고, 설비에 맞는 교대 근무조도 있어야 하고, 자재를 수급하는 담당부서도 있어야 한다.
회사가 자동차 제작 능력을 가진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주제의 영역이다.

개발도 마찬가지이다.
당신이 카카오톡을 만든 개발자라고 하자.
하지만, 당신이 어떤 회사로 이직을 한다고 해서 그 회사가 카카오톡과 같은 대박상품을 만들 수 있는 회사가 되는 건 아니다.

그러니, 그대에게 기술과 능력이 있다고 해서, 회사에 기술과 능력이 있다고 말해서는 안된다.
회사가 기술과 능력을 확보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많은 경영자들이 이 부분에서 착각을 한다.
회사가 기술자를 확보하는 것은 회사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우수한 재료를 모으는 것과 같다.

회사가 기술을 가지게 되는 것은 “경영”의 영역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기술경영”이다.
기술자가 있어도, “기술경영”을 하지 않으면 제품은 나오지 않는다.
경영은 개발자의 영역이 아니라, 경영자의 영역이다.

4. 결언

나쁜 고객들은 ‘안되는게 없잖아. 하기 싫은 거 아냐?’ 라고 이야기한다.
이런 고객들을 몇년 후에 다시 만나보면, 단 한 명도 성공한 것은 보지 못했다.
경험컨대 이런 고객들이 당신을 이롭게 할 일은 앞으로 단 한 번도 없을 것이다.
인연을 끊어라.

그들은 정말 일을 되게 하고 싶은 게 아니다. 그냥, 현재의 책임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책임회피에만 길들여진 사람들이 자기 인생을 성공시키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개발자들도 쎈 척하지말고 ‘소프트웨어가 안되는게 없지만…’ 이라고 제발 이야기하지 마라.
그 말 때문에 IT에 입문하는 후배들이 Hell부터 입문하게 된다.

“그건 어려운 기술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제가 가진 기술 수준은 이 정도입니다.
더 높은 기술이 필요하다면 적합한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

이 정도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하는 사람이 되자. 그건 전혀 부끄러운게 아니다.

그리고, 열심히 기술들을 잘 익혀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중요한 사람이 되자.

To. 개발자가 아니신 분들께.
‘소프트웨어는 안되는 게 없습니다.’, ‘쉽게 됩니다.’ 이런 말 믿지 마십시요.
경험자이면서 베테랑인 당신, 아닌거 알잖습니까? 믿으면 당신이 피봅니다.

믿지마시고 상식적으로 판단하십시요. 그리고,기술자들과 터놓고 대화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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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되는건 없지만.”에 대한 6개의 댓글

  1. Yun Sang Bae
    2012년 11월 19일

    사업에서도 리스크를 감수하듯이. 개발자도 리스크를 감수하죠. 기술을 체화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머리속으로 혹은 경험상 가능할 것 같으면 가능하다고 말을 합니다. 사업이든 개발이든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을 생각이면, 그 바닥을 떠나야 겠죠.

    문제는 리스크가 있느냐 없느냐고 아니고(리스크는 상수입니다.)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능력과 의지르 가지고 있느냐 하는 데 있습니다.

    어느 정도 경험을 가진 개발자들은 “할 수 있다”라는 말 다음에 반드시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이라는 제한 조건을 둡니다. 대게는 합리적인 시간을 주지 않고 “하도록 강제”하면서 발생합니다. 애초에 요구사항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을 진행하니, 그 할 수 있는 일이 갑입장에서는 당연히 기간내에 할 수 있어야 하는 일이 되고 을 입장에서는 기간과 비용이 더 필요한 일이 되는데, 갑의 입장이 반영되죠.

    결국 나중에 할 수 있다고 말해 놓고 이게 뭐냐라는 불만이 갑에게서 터져나오는 거고, 을은 을대로 내 이럴 줄 알았다라고 (대 놓고 말은 못하고) 뒤에서 궁시렁댑니다.

    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개발자의 문제라기 보다는 리스크 관리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 subokim
      2012년 11월 19일

      Yun Sang Bae님의 견해에 100% 동의합니다.

      한 때 저와 제팀 또한 저런 도전의식을 통해 많이 성장해왔기 때문에 본질적인 신념이 다른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저 주문때문에 저조차도 Hell을 여러번 겪게 되었고, 저 때문에 Hell에 들어간 후배도 있어서 ‘무엇이 문제일까?’ 오랜동안 머릿속에 화두가 되었습니다.
      저 이야기를 하면 HELL이 열릴지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신념이다보니도 뱉게 되더라구요. 그렇게 되도록 유도하는 사람들도 있었구요.
      사업현장에서 시간과 리소스를 더 확보하게 되는 경우는 정말 좋은 경우입니다.

      많은 개발자들이 신념에 의해 저렇게 말합니다. 그리고, 그걸 이용하는 사람들에 의해 HELL이 열립니다. 꽤 많은 사이트에서 몇년 째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역사와 전통을 가진 HELL이 어딘지는 이미 개발자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죠. 안타까운 건 고레벨들은 밥벌이 때문에 HELL에 간다는 겁니다.
      하루 아침에 이런 HELL이 없어지지라고 보진 않습니다.

      하지만, 개발자들의 자각과 인식변화는 첫발걸음이 될 겁니다. 투덜대기보다 현실로부터 점차 지혜를 얻어가는게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2. 조재현
    2012년 11월 17일

    프로그래머로써 아직 경험하거나 공부해보지 못한 부분에 대해 못하는 것은 있지만 극단적으로는 안되는 건 없는게 사실이지요.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지는 알겠으나 절대 동의 할 수 없는 글이기도 합니다.

    저는 반대로 이런 현실감 충만한 글 때문에 IT입문자들이 안 된다는 말을 먼저 배울까 겁납니다. 가까운 미래에 실현시켜야 될 기술들을 모두 할수없다라고만 말한다면 누가 구현을 해 낼런지요. 선배로써 개발자들에게 해내보고자 하는 연구와 도전 정신을 가르키는 것이 좋은 판례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마지막에 수주업자들에게 남기신 말처럼 많은 대화와 도전으로 경험을 만들 되 수많은 상식을 깨 온 개발자들처럼 안해본 것은 있을지언정 불가능은 없다라고 생각하고 개발해야 새로운 기술로 세상의 발전을 한 단계 앞 당긴다고 생각됩니다.

    • subokim
      2012년 11월 17일

      ‘안되는게 어딨겠니. 우리 한 번 해보자.’ 긍정적인 의미를 부정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저도 1995~년 다운사이징이 한참일 때는, 모두가 기술을 잘 모르니까 고객이나 개발자나 영업이 서로 대화가 되고 좋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2000년 초반 벤처할 때도 새로운 걸 해야 하니 서로 격려하면서 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몇 년 째 많은 산업현장에서 저 말 때문에 점점 더 상황이 악화되는 것 같아요.
      사장님이나 영업이 저 말을 던지고 가면, 선임개발자가 초급들 델꾸 들어가서 밤새기 시작하는데 초급들은 정말 왜 이 일을 하는지도 모르고 안쓰럽게 일만 하더라구요.
      중요한 것은 그 초급개발자들 통해서 대학가에 IT 기피현상이 퍼지더라구요.

      ‘안된다’가 또다른 변명으로 쓰이게 된다면 다시 또 안타까워지겠지요.
      하지만, 이 악순환을 끊어내는 건 선배들이 해야 할 일인 것 같습니다.

    • 고재철
      2012년 11월 18일

      다른 곳 펌글인가요.
      다분히 갑의 입장에서 쓰신 글인데.
      예전하고는 생각이 많이 바뀌셨나 보네요.
      개인 블로그이시니 여기까지만

    • subokim
      2012년 11월 18일

      3년 전 어떤 계기를 통해서 생각이 꽤 바뀌었습니다.
      누군가의 입장이라기 보다 저 단어와 문장이 Hell gate를 여는 주문이 되어가니, 자꾸 망가지게 되더라구요.
      몇년 전부터 신입사원들이 “야근 많나요?” 물어보고는 지원조차 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신입사원들이 아예 이력서에 “야근 가능함”이라고 써서 내던데 참 느끼는게 많아지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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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엔트리는 2012년 11월 17일에 님이 IT 산업이야기에 게시하였으며 , , , 태그가 지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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