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의 중심에서

나이 든 개발자가 살고 있는 IT 현장 이야기

기획자 이야기

언젠가부터 SI 현장에서 ‘기획자가 필요해요.’ 라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웹서비스 개발SI라면 기획자 1 M/M 를 견적에 넣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기획자는 웹비즈니스를 하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습니다.
개발자와 항상 함께 하는 애증의 동료로 기획자는 중요한 직업군 입니다.
앞으로도 없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래하면 전문직업군으로 인정받기도 합니다.

SI가 아닌 웹 비스니스에서 기획자는 꽃이라고 불리우기도 합니다.
저는 기획자는 창의적인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직업군이라고 봅니다.
아닐까요? 제 생각이 모자랄 수도 있습니다.

아쉽게도 이런 기획자의 삶을 조명하는 곳은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이 직업군이 어떠했으면 좋겠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직군의 사람들이 ‘기타 모든 일’을 하는 ‘슈퍼맨’으로 인식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IT를 잘 모르시는 분들이라면 이 직군에 대해 생소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제 짧은 경험으로 겪어본 ‘기획자들’과 ‘역할’에 대해 정리해보았습니다.


1.웹 기획자

웹기획자의 일, 레이아웃 잡기

웹기획자의 일, 레이아웃 잡기

웹은 페이지 단위로 작동합니다.
사용자의 시선도 페이지 단위로 옮겨 다닙니다.
버튼을 어디에 놓느냐가 중요합니다.
화면 배치에 따라서 클릭율이나 광고 노출율이 다릅니다.

어떤 것을 클릭하는가 하는 것을 클릭스트림(Click Stream)이라고 합니다.
이 데이터는 웹 페이지 광고 운영에 매우 중요한 정보가 됩니다.
웹 기획은 매우 중요한 ‘사전 개발 작업’인 것입니다.

화면단위라 파워포인트로 작업하기 좋습니다.
영화의 시나리오 보드와 같습니다.

분업하기도 좋습니다.
기획자가 ‘시나리오 보드’ 200장을 만들어 주면 개발자는 그것만 보고 웹개발을 합니다.

‘웹기획’ 업무는 1990년대 후반 인터넷 성장기 때 필요에 의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웹 기획자’는 웹에이전시에 의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는 그 구조가 비슷비슷해서 찍어내기식 업무가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웹기획자는 SI 산업화를 통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되기 시작했습니다.

2. 모바일 기획자 (앱기획자)

Mashable이 추천한 20개의 모바일 프로토타입 도구들(그림 클릭)

Mashable이 추천한 20개의 모바일 프로토타입 도구들(그림 클릭)

모바일은 화면이 작습니다.
앱개발은 메인 화면 뒤에 여러 서브 화면을 숨기는 방향으로 개발을 많이 합니다.
사용자의 터치나 문지르기에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한 액션도 중요합니다.
따라서 파워포인트로 화면단위 작업을 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개발자는 화면당 개발해야 하는 코드작업이 더 많아졌습니다.
웹 작업은 해당 페이지만 고쳐서 브라우저에서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단말 개발은 개발후 컴파일하고 단말에 실행파일을 올려 실행해 보아야 합니다.
에러가 발생되더라도 10분 안에 조치하기는 힘듭니다.
기술이 무거워져 기획변경에 대한 유연성이 떨어진 것입니다.

기획단계에서 실제로 움직이는 리액션과 화면을 입체적으로 조명해줄 툴들이 더 중요해지게 됩니다.
프로토타이핑 도구를 따로 선택하게 됩니다.
웹기획과는 달리 리액션에 대한 설명을 글로 표현하기 힘듭니다.
구두로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리액션 딜레이를 어떻게 하냐에 따라서도 앱의 느낌이 확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분업하기가 좀 더 어려워지고, 서로 이야기하면서 만드는게 더 중요해집니다.

모바일은 특성상 화려한 화면을 넣기 힘듭니다.
사용자들이 좋아하지도 않구요.
오히려 간단한 화면에 버튼(?)을 어떻게 잘 배치하는가 하는게 더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게 분업하기에 애매합니다.
화면 단위로 작업하던 웹기획자라면 이런 감을 잡기는 매우 힘듭니다.
웹 디자이너도 마찬가지 입니다.
개발경험이 있거나 기계적인 이해력이 높은 기획자들이 인기를 얻게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어떻게 협업할 것인가 하는 것은 어려운 숙제로 남습니다.

3. 프로덕트 매니저

IT 프로덕트 매니저는 아직 시행착오 중

IT 프로덕트 매니저는 아직 시행착오 중

제품관리자라는 개념은 기존에 있었습니다.
안드로이드가 널리 퍼지자 셋탑박스, 스마트 TV 등 다양한 디바이스가 출현하게 됩니다.
IT에도 ‘제품(Product)’이라는 개념이 도입되기 시작했습니다.

스마트폰 앱의 경우도 제품처럼 복잡성이 증가합니다.
사용자가 보기에 메인화면 3~4개 밖에 보지 않는 앱이라도 파워포인트로 그리면 80~100 장 정도의 화면분량이 나옵니다.
백엔드 인프라까지 생각하면 모듈을 1,000개 정도까지 개발해야 하기도 합니다.
개발이 매우 무거워지면서 기획을 중간에 뒤집기 힘들어졌습니다.

만들어야 할 제품이 복잡해지면서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가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해 한 가지 도구만을 이용해서 커뮤니케이션하기 힘들어졌습니다.
더 이상 파워포인트로 만든 시나리오보드가 의미없게 되었습니다.
개발자는 설계도면이 없으면 많은 협업 개발자들끼리 이야기하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제품을 만드는 것이 영화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게 되어버렸습니다.
시나리오를 만들고 콘티를 짜더라도 영화감독, 연출자, 배우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영화가 만들어집니다. 디테일을 지시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장에서 논의하고 상의하면서 만들어갈 수 밖에 없게 됩니다.
마케팅과 제휴 등 제품이 만들어진 이후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아이폰 등장 이후 IT 제품의 특징은 사용자에게 어떤 경험을 주는가 하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기획의 영역이라기 보다 총제적인 제품의 관리자Product Manager라고 부르는게 더 적합하게 되었습니다.
페이스북의 페이퍼 서비스의 등장으로 더욱 조명받게 되었고, 실리콘 밸리에서도 한창 실험되고 있는 역할이기도 합니다.

4. 사업담당자

책임감. 그것은 좋은 점만 크게 말한 것이다. 비난을 떠넘기는 것이 돌고도는 인생이다.

책임감. 그것은 좋은 점만 크게 말한 것이다. 비난을 떠넘기는 것이 돌고도는 인생이다.

SI프로젝트가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기획자는 해당 분야의 비즈니스까지 책임을 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사업전략까지 담당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돈을 집행하고 성과를 얻어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 분야에서는 정치적 역량이 중요해지기도 합니다.

간접적이고 전략적 영업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직접판매를 하는 영업사원과는 다릅니다.
상품이 웹이냐 모바일이냐 일반 제품이냐에 따라 비즈니스 복잡성이 다릅니다.
소비채널이 모두 다르고 가치사슬도 꽤 다르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비즈니스에서도 여러 전문 분야가 등장할 겁니다.
비즈니스도 상품기획과 판매기획으로 나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만드는 머리와 파는 머리는 분명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시장에서 기획자들은 이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듯 합니다.

5. 정리

기획자도 IT산업의 엄연한 일원이다.

기획자도 IT산업의 엄연한 일원이다.

웹기획자가 모바일 기획자가 되기 위해서, 또는 프로덕트 매니저가 되기 위해서는 꽤 많은 변화가 필요합니다.
오랜 시간과 흐르고 경험이 쌓이면 더욱 노련해지고 세련되어지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웹 에이전시에서 시나리오보드만 그려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시절의 웹 기획은 홈페이지를 대량으로 찍어내기 위한 생산공정이었습니다.
SI 프로젝트에서 기획자가 필요하다고 할 때 그 기획자가 ‘시나리오 보드 제작공’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기획자를 찾기 힘들어졌습니다.
홈페이지 대량생산의 시대가 끝났기 때문입니다.
최대 수요처인 포털도 이제 네이버, Daum 정도만 살아남았습니다.
그러나, 개발자도 디자이너도 하지 않는 이 영역의 일을 하는 사람이 IT 시장에 엄연히 존재합니다.

SI 시장에서는 비인기 틈새 직업처럼 보여 서글프기도 합니다.
자기 목소리를 내어야 인정받는 직업인데 갑 회사의 임원취향을 우선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몇 번 만나보지 않은 그 분의 취향을 맞추기 위해 몇날 며칠 밤을 새기도 합니다.

IT산업에서 기획자의 업무와 직업은 현재 시장에 엄연히 존재하는 전문분야입니다.
나름 전문화된 직업이기도 하고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아직 기획자의 삶이 시장에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기획자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도 막막합니다.
대단히 범용적인 직군이기도 하면서 틀을 고정화할 수 없기도 합니다.

기획자는 분명히 IT 프로젝트의 일원입니다.
아직 답은 없지만 그들의 삶이 재조명 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많이 논의되었으면 좋겠습니다.

Advertisements

기획자 이야기”에 대한 11개의 댓글

  1. Sehwan Son
    2014년 8월 19일

    현실을 100% 그대로 옮겨 주셨네요. 기획자라는 직군이 왜 필요한가 말하는 분들도 있고, 기획자 = 그림그리는 사람으로 인지하는 분도 있으시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빈자리는 기획자가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더군요. 말 그대로 수퍼맨… 이라기보다는 정말 최악의 상황에서 활동하는 소방수…

    • subokim
      2014년 8월 19일

      네, 반면 이런 상황을 정말로 모르는 관계자 분들도 많아서요.
      꺼내놓고 이야기가 좀 많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 하늘
    2014년 7월 31일

    제가 외국에서 일을 해서 기획자라는 개념이 잘 안 잡히는데 그러면 한국에서의 디자이너는 스타일만 입히나요? 컨셉이라든지 그런 설정은 기획자가 하고요? 한국에서의 기획자/디자이너의 개념이 헷갈리네요.

    • subokim
      2014년 7월 31일

      넵. 맞습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많은 회사에서 그렇게 한답니다.~

  3. 하늘
    2014년 7월 30일

    외국에서는 저런 초기 레이아웃 잡는 웨이어프레임를 디자이너가 하는데요. 그러면 한국에서는 디자이너가 하는 일들을 기획자가 일정 부분 맡아서 하는건가요?

    • subokim
      2014년 7월 30일

      기획자가 파워포인트 작업을 하면 그것을 보고 디자이너가 그래픽을 입힙니다.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

정보

이 엔트리는 2014년 6월 26일에 님이 IT 산업이야기에 게시하였으며 , , 태그가 지정되었습니다.

내비게이션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