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신입개발자를 뽑지 않는 이유

기업들 이야기

최근 개발자 학교에 와 있습니다.
취업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여러 기업들을 만나게 됩니다.
인턴도 보내봅니다.

잘하는 친구들은 … 예외입니다.
잘하는 친구들은 어디서나 잘합니다.

그런데 적지 않은 케이스가 있습니다.
여러 기업의 채용팀으로부터 비슷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한 번 정리 해봅니다.

이미 많은 친구들에게 전달해 주었습니다.
이 글의 청중은 대학교 졸업을 앞둔 분들입니다.

※ 주의 :

이해하기 쉽게 스토리를 요약, 각색했습니다.
실제사례는 복잡 다양하고 케이스마다 달랐습니다.
너무 몰입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학생들은 빠르게 핵심을 이해했고, 쉽게 이 부분을 채워갔습니다.

신입사원 A, B 씨

(1) 신입사원 A 씨.

  • 김대리 : “A씨, 우리가 이렇게 저렇게 할건데,
    이 모듈 좀 맡아서 다음주까지 만들어 주실래요?”
  • A 씨 : “넵, 알겠습니다.”

A 씨는 일주일 동안 혼자서 뚝딱뚝딱 뭔가를 만듭니다.
다음 주 월요일, 김대리가 A 씨 결과물을 봅니다.

“하아~ 수고했어요….”

김대리가 한숨을 길게 쉬더니, 소스코드를 열심히 고칩니다.
밤을 새어 소스코드를 고친 다음 다음날 상용서버에 적용합니다.

(2) 신입사원 B 씨.

  • 김대리 : “B씨, 우리가 이렇게 저렇게 할건데,
    이 모듈 좀 맡아서 다음주까지 만들어 주실래요?”
  • B 씨 : “넵, 알겠습니다. 대리님. 그런데 제가 이해한 게 맞나요?”

B 씨는 자기가 이해한 걸 김대리한테 설명해봅니다.

  • 김대리 : “아… 네, 맞아요. 그런데 이건 그게 아니구…”

김대리가 교정을 해줍니다.

  • B 씨 : “네, 알겠습니다. 제가 좀 만들어지면 한 번 더 여쭈겠습니다.”

B 씨는 목요일 쯤, 작성된 코드를 김대리에게 설명해줍니다.

  • 김대리 : “음… 네, 이렇게 하면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이 부분은 이렇게 되면 좋을 것 같아요.”

김대리

A 씨처럼 일하면, 다음 주에 소스코드가 받아들여질 확률 1%
B 씨처럼 일하면, 다음 주에 소스코드가 받아들여질 확률 90%

왜일까요?

어떤 일을 준다는 건, 기존에 하던 일이 있다는 겁니다.
A 씨에게 준 일은 어떤 맥락이 있습니다.
맥락을 물어보지 않고 만들었다는 건,
맥락과 관계없이 만들어졌다는 뜻입니다.
당연히 제대로 동작할리 없습니다.

이런 케이스가 두번 이상 반복됩니다.
김대리는 A 씨한테 일을 안줍니다.

어차피 김대리가 새로 만들어야 하고,
다음주 월요일에 밤을 새느니,
이번 주 내내 나누어서 개발하는 게 낫습니다.

A 씨 욕을 하진 않습니다.
계속 얼굴 볼 사이라면 굳이 얼굴 붉힐 이유가 없고,
앞으로 보지 않을 사이라면,
굳이 나쁘게 말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A 씨는 피드백도 받지 못하고 점점 놀게 됩니다.
반대로 김대리는 점점 죽어갑니다.
사업이 잘될수록 일이 많아질수록 김대리는 점점 죽어갑니다.

신입사원 A 씨

여기서 A 씨의 태도는 두가지로 나뉩니다.

(1) 아… 내가 일을 못해서 그런가 보다. 어떡하지 미안하네.
(2) 아… 내가 밤을 새며 최신 기술로 만들었는데, 나를 몰라주네.
김대리가 옛날 사람이라 또 옛날식으로 만들고 있네.
불만, 불만…

(1)이든 (2) 이든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를 그만둡니다.
(1)은 미안해서 그렇고, (2)는 불만이 폭발해서 그렇습니다.

(1) 은 실력을 더 쌓아서 와야겠다고 생각하고,
(2) 는 나를 알아주는 회사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2) 는 새로운 회사에 취업합니다.
하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또 그만둡니다.
회사가 똑같거든요.

(2) 는 생각합니다.

(2-1) 세상이 후져. 새로운 기술도 몰라보고.
내가 얼마나 훌륭한지 몰라보고.
(2-2) … 이상하네… 내가 뭔가를 잘못한 건가?

비로소 (2)는 주변을 둘러보게 됩니다.
그 때서야 B 처럼 일하는게 눈에 들어옵니다.
B 처럼 일해봅니다.
칭찬도 받고 소스코드도 상용서버에 반영됩니다.

3년차 중고신입사원

기업들은 이렇게 표현합니다.

“실력은 좋은데, 일을 할 줄 몰라.”
“애는 괜찮은데, 일을 시킬 수가 없어.”
“데리고 일할 수가 없어.” 등등.

또 이렇게 한탄합니다.

“구글링하는 법 좀 배워서 오면 좋겠어, 다들 네이버 검색만 해.”
“메일 쓰는 법 좀 배워서 오면 좋겠어, 일을 안하고 말만 해.”
“일을 시켜도 반응이 없어.” 등등.

(2) 가 스스로 이렇게 되기까지 보통 3년 정도 걸립니다.
그래서, 3년차 사원을 신입으로 채용합니다.
기술은 신입인데, 경험이 3년차인거죠.
빠른 친구들은 1년 만에 깨닫기도 합니다.

일을 할 줄 모른다는 건, “결과”가 없다는 겁니다.
즉, 기술만으로는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일에 대한 이해

TV에는 여러가지 기술이 복잡하게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천재 1인이 만들 수 없습니다.
머리가 된다해도 시간과 손발이 필요합니다.

사회가 고도화될수록, 다양한 기술제품들이 생산됩니다.
비싼 제품일수록 여러 사람의 노력이 섞여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제품, 인터넷 서비스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기업은 “1인+1인 > 2인”이 되게 일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복합기능을 가진 제품을 만들 수 없습니다.
현대 산업은 “협업능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수입니다.

고립되어 1인으로 일한다는 거.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도태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정” 때문에 우물쭈물하다보면,
경쟁기업에게 선두를 빼앗깁니다.

기업이 사람을 쓴다는 건,
착하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전진하냐 도태되냐의 문제입니다.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직장인이 되었다는 건,
“1+1 > 2” 스킬을 갖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이건 단순히 “함께 일할 줄 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2명 어치 이상의 가치를 생산할 줄 안다는 의미입니다.

모든 기업은

기업은 일을 가르치고 싶어 합니다.
의지도 충만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합니다.

모든 산업현장에서, 선배는 후배를 가르칩니다.
선배의 일을 후배가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그래야 선배가 새로운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선배는 후배를 가르치고 싶어 합니다.

이건 착하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선택옵션이 아닙니다.

하지만…

굳이 얼굴 붉혀가며 그러고 싶진 않습니다.
태도를 가르치는 건 부담스럽습니다.
아무리 가르쳐줘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냥 포기합니다.

선배는 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가족처럼 무한책임관계가 되면 힘듭니다.
껄끄로운 관계가 되면, 가르치는 걸 포기합니다.
직장 생활이니까요.

다른 말로 하면, 기업에선 준비되지 않은 친구를 가르칠 의지가 없습니다.
직장이기 때문입니다.

준비가 된다는 게 뭘까?

함께 일한다는 건 학생들도 할 수 있습니다.
그냥 함께 일하면 됩니다.

하지만, 2명 어치 이상의 결과를 만드는 건
그냥 함께 일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양보하고, 타협하고, 이해하고, 주장하고,
시간을 들여 손발을 움직여야 비로소 만들어집니다.

이걸 깨닫았을 때 비로소 알게 됩니다.
다른 사람과 보조를 맞추어야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이 태도가 “준비된 상태”입니다.

이건 지식의 문제나, 기술의 문제가 아닙니다.
“선택의 순간”을 겪고난 후에야 비로소 습득하게 됩니다.

프로그램 몇 개 만들어본다고 길러지지 않습니다.
복잡한 실전환경에 자신을 던져봐야 합니다.

“선택의 순간”을 가져보지 못했다면,
직장에 다녔다고 하더라도,
아직 일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게 회사마다 업무상황마다 다르거든요.

학교와 다른 것은

대학교는 “학문”을 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이곳에선 학문을 배웁니다.

입학시험을 본다는 건,
그 학문을 배울 수 있는 “기초지식”이
준비되었음을 증명하는 겁니다.

입학 후 목표는 잘 배우는 것입니다.
그래서 시험으로 배운것을 판단합니다.

기업은 “재화를 팔아 돈을 만드는 곳”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제품을 만듭니다.

입사를 한다는 건,
제품을 만들 준비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입사 후 목표는 제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 사람이 모든 걸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기여도”로 그 사람을 판단합니다.
“업무성과”라고 표현합니다.

교수의 업무는 “연구”입니다.
세상에 없는 새로운 걸 만듭니다.
개인역량에 매우 의존적입니다.
학생들도 은연 중에 그런 태도를 익힙니다.

회사의 업무는 “부가가치의 생산”입니다.
복잡한 걸 만들기 위해 일을 나누어서 합니다.
그래서 함께 하는 요령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게 직장이 학교와 다른 점입니다.

그런데 직장에선 아는 것말고 기술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기술의 세계도 넓습니다.
모든 기술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나도 회사를 선택해야 합니다.

대학교는 4년만… 하고 선택하면 됩니다.
직장은 4년만… 하고 선택하기 힘듭니다.
내 생활터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소프트웨어 쪽은 흥망성쇠가 빠릅니다.
평생직장 전략은 실패확률이 높습니다.
평생직무, 평생직업 전략이 훨씬 더 좋은 선택입니다.

이건 취업한 후 일하면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자연스레 기회가 생기거든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마인드를 바꾸고 나면 이런 생각이 먼저 듭니다.

  • 어디가서 뭔가를 배워봐야겠다.
  • 아무데나 들어가서 일단 부딪혀 봐야겠다.
  • 아는 선배 회사 들어가서 일단 1년 정도 있어봐야겠다…. 등등.

정답은 없습니다.
먼저 취업한 선배들에게 물어봅니다.
취업한 친구들에게 물어봅니다.
인생멘토가 있으면 물어봅니다.

하지만, 엄마에게 물어보진 않습니다.
엄마의 세계는 “대기업”이기 때문입니다.
대기업도 훌륭한 선택이지만,
최근 트렌드는 많이 다릅니다.

교수님께도 물어보진 않습니다.
대학원을 추천하기 때문입니다.
대학원은 학문의 세계이지 직장세계가 아닙니다.
(물론 대학원이 필요한 곳도 있습니다만, 여기에선 스킵)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보는 겁니다.

보는 것만큼 느낌이 빠르게 오는 건 없습니다.
만나야 한다면, 지금 거기 그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성장하는 걸 지켜보면…

그런데 저거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무슨 비법처럼 감싸고 돌만한 것도 아닙니다.

다만 요즘 친구들이 이런 정보를 얻을 만한 채널이 없습니다.
그냥 모르더라구요.
발빠른 친구들이야 잘 알아서 살아남을테지만…

어떤 친구는 힌트만 얻으면 금방 변합니다.
어떤 친구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금방 적응합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이미 능력이 출중하거든요.

겁내지 말고, 뭐든 도전해보는 걸 추천합니다.
시간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요령만 조금 익으면 금방입니다.

화이팅입니다.

이 글을 쓴 건

후배들을 만나러 가보면,
대책없이 소모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자신을 약자로만 인식하며 살기도 하구요.
대기업이라서 참는 경우도 있습니다.

남의 인생을 뭐라 할 순 없습니다.
문제는 이런 나쁜 경험들이 사회초년생의 트라우마로 남는다는 겁니다.
개발자 세계가 좋아질리 만무합니다.

만나보면 직장을 학교처럼 기대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기업의 태도가 좋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들을 변화시킬 순 없습니다.

이런 고민기회가 교육과정에도 없습니다.
교육시스템이 변할리는 더 더욱 만무합니다.

기업과 교육의 문제가 개인에게 전가되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현실의 대안은 개인이 더 준비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게 “공부의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직장에 떨어지면 온갖 탈락이유를 상상하며 새로운 “공부”를 시작합니다.
스펙을 쌓기 시작합니다.
Java Spring, node.js, python 등등을 늘려서 배웁니다.
그 쳇바퀴는 멈춰야 합니다.

대기업만 들어가면, “고생 끝 행복시작”이라는 공식도 맞지 않습니다.
석사졸업하면 취업률이 90% 쯤 되는 걸로 생각하는 것도 맞지 않습니다.
직장을 원한다면 직장인이 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예상과 달리 “청중이 아닌” 현업개발자분들이 많이 봐서 첨언을 해봅니다.
청중이 아니라는 뜻은 공감이 안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 1st update : 김대리를 도와주세요.(2021.09.17)

위 상황은 주로 개발자들이 불평하고,
인사팀이 난감해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대부분의 개발자는 잘 가르치는 법을 배우지 못했고,
수용자인 신입사원들도 그 때 그 때 느낌이 다릅니다.

김대리라는 인격은, 원래 그런 사람일 수도 있고 바쁜 상황이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잘해줬다 하더라도 신입사원이 다르게 느끼기도 합니다.

김대리가 다음 달의 “나”일 수도 있고, 그 팀의 팀장이 “나”일 수도 있습니다.
내가 함께 일했던 개발자일 수도 있고, 30대 시절의 “누구”일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실패하고 돌아오는 건 “신입개발자”들 밖에 없습니다.
현업의 피드백은 아쉽게도 위와 같은 이야기들입니다.

공감을 못하더라도, 우리들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좋은 노하우를 주변이랑 더 많이 공유하고,
더 좋은 육성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노는 물이 맑아집니다.

끝.

기업들이 신입개발자를 뽑지 않는 이유”에 대한 답글 24개

Add yours

  1. 어떠한 직군이던지 꼭 필요한 마인드네요. 이런글 앞으로도 많이올려주세요!
    너무 좋은 글 이라고 생각합니다

  2. 개발 직군은 아니지만, 다른 업무에도 적용되는 말씀이네요

댓글 남기기

WordPress.com 제공.

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