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프트웨어가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 대기업의 접근 방식을 보고 있자면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합니다.
IT종사자 분들이라면 많은 분들이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십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분야를 잘 모르시는 분들이라면 소프트웨어가 무엇이 다른지 알기 어렵습니다.
도대체 소프트웨어는 무엇이 다를까요?
그동안의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소프트웨어는 대량 생산 대량 소비의 논리로 해석될 수 없다.
소프트웨어는 대량 생산 대량 소비의 논리로 해석될 수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벌기 위한 공통법칙은 “대량생산 대량 소비”입니다.
원가에 이익을 더한 제품을 대량으로 팔아서 큰 수익을 남기는 겁니다.

“공산품”은 대량생산을 하기 위해 설비를 갖춥니다.
값싼 노동력을 컨베이어 벨트에 투입합니다.
제품의 불량율을 낮추기 위해 “프로세스”를 만들고 “숙련공”을 기릅니다.

대량생산, 대량소비는 오랫동안 자본주의 사회의 성공논리가 되어 왔습니다.
이에 대한 경제이론들도 많이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어떨까요?
초기에는 소프트웨어도 “대량생산 대량소비”라는 관점으로 접근했습니다.
실제로 대형 국책사업에선 100명의 개발자가 1년간 일을 하기도 합니다.
IT기업은 많은 사람들을 공급함으로써 인건비에서 돈을 남기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애플과 구글, 링크드인, 넷플릭스 등의 사례를 보면서 인식이 달라졌습니다.

이제 기업들은 소프트웨어는 “값싼 노동력을 통한 대량 생산”이 중요한 게 아니라, 생태계나 플랫폼과 같이 “건강한 비즈니스 환경”이나 “훌륭한 상품”을 만드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소프트웨어산업이 기존의 산업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간단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편의상 인터넷서비스도 넓은 의미에서의 “상품”, “소프트웨어”라고 부르겠습니다.

1. 대량생산 대량 소비가 핵심이 아니다.

공산품에서 “생산”이란 똑같은 제품을 “복제”하는 행위입니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똑같은 제품을 똑같은 품질로 만들어냅니다.
노동력은 엄연히 제품가격에 포함되는 “생산원가”입니다.
그래서 저렴한 노동력을 필요로 합니다.
사람들은 공장에서 만들어진 똑같은 제품을 소비합니다.
똑같은 효용가치를 똑같은 방식으로 소비합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는 대량 생산이 핵심이 아닙니다.
홈페이지에 올려 놓기만 하면 누구나 다운로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설치파일은 복사를 통해 간단히 대량 생산됩니다.
컨베이어 벨트 옆에 사람을 세워놓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소프트웨어는 “대량 소비”가 핵심이 아닙니다.
맞춤형 소비가 핵심입니다.
소프트웨어의 효용가치가 사람마다 다르게 소비되어집니다.
“엑셀”로 누구는 회계장부를 만들고, 누구는 이력서를 만듭니다.

소프트웨어의 이런 산업적 특징은 전통적 이론으로 접근하기에는 부족합니다.

2. 소프트웨어는 비용이 아니다.

제조업에서 소프트웨어는 “업무자동화”를 목적으로 합니다.
업무자동화는 사람을 줄임으로써 비용을 줄여줍니다.

그러나 전자제품에서는 소프트웨어가 새로운 기능이 됩니다.
전자는 생산비용을 줄여주거나 생산성을 높여주는 것이고,
후자는 그 자체가 제품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전자는 적당한 기술을 싸게 구매하는 게 중요하지만, 후자는 비싸더라도 훌륭한 기술을 구매하는 게 중요합니다.
또한 전자는 추가비용이 들지 않는 게 좋지만, 후자는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투자를 계속해야 합니다.

어떤 경우는 두 가지 경우가 구분되지 않기도 합니다.
택배물류사업은 전산시스템이 업무자동화시스템이자 물류상품 입니다.
현대물류에선 전산시스템이 없으면, 그 복잡한 배송체계를 소화할 수 없습니다.
배송추적기능이나 빠른 배송시스템은 “상품”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인터넷서비스에서 소프트웨어는 제품 전체이기도 합니다.
인터넷 쇼핑몰은 별도의 설비 없이 컴퓨터상에서 돌아가는 순수한 소프트웨어인 입니다.
이렇게 소프트웨어는 다양한 형태로 기존의 산업과 융합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융합 형태에 따라 소프트웨어의 역할과 가치가 다릅니다.
그래서 어떤 종류의 소프트웨어인가에 따라 투자와 운영방식이 달라져야 합니다.
소프트웨어를 비용으로 바라본다면 어려운 골칫거리일 뿐 이지만, 투자로 바라본다면 소프트웨어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훌륭한 무기가 됩니다.

3. 개발 유지보수 역량이 경쟁력이다.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사후지원은 전혀 제품의 경쟁력이 아니었습니다.
기껏해야 고장난 제품을 수리해주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가 등장하면서 지속적 업데이트가 중요한 경쟁력이 되었습니다.
지속적 업데이트가 제품의 효용가치를 유지시켜 구매경쟁력을 높여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제품판매 후에도 소프트웨어개발팀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특히 설치형 소프트웨어에서는 인터넷 서비스로 갈수록 개발.유지보수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습니다.

기존산업에선 제품의 생산능력과 판매능력이 우위를 점하면 시장순위가 쉽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새로운 제품을 설치하거나 인터넷주소만 바꾸어주면, 사람들이 쉽게 다른 제품으로 이동을 합니다.

이런 특징때문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제품은 금방 뒤로 밀려나버리고 맙니다.
예를 들면 블로그서비스는 SNS에 의해 뒤로 밀려났습니다.
PC 메신저도 카카오톡에 밀려나버렸습니다.
아니 아예 사라져 버렸습니다.

오랫동안 왕좌를 지켜왔던 MS오피스는 “구글문서도구”의 등장으로 시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모두 한 때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영원할 것 같았던 존재들이었습니다.

이렇게 소프트웨어는 기술과 생활의 변화에 발맞추어 계속 변화해야만 생존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훌륭한 개발.유지보수팀의 효과적 운용이 매우 중요합니다.
소프트웨어산업은 전통적인 제조업과는 달리 개발자의 역량과 개발팀의 운용이 핵심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위한 비용 및 투자계획, 조직관리 등이 경영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4. 상품개발이 핵심.

소프트웨어는 생산설비가 없습니다.
제품개발이 완료되면 소비자에게 바로 보급될 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제품개발은 제조업의 연구개발과 차이가 있습니다.
제조업에서 연구제품은 상품화 중에 여러가지 이유로 기능들이 삭제.변경됩니다.
따라서 시제품과 차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연구과정이 상품화과정입니다.
제품개발이 끝나면 시제품이 바로 상품이 됩니다.

따라서 목표선정과 제작과정이 기존산업과 많이 다릅니다.
공산품은 “기획 – 시제품 개발 – 설비구축 – 대량생산 – 유통 – 판매 – 대량소비”의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반면 소프트웨어는 “기획 – 상품개발(반복) – 판매 – 소비”의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소프트웨어는 설비구축, 대량생산, 제품유통과정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으며, 상품개발과정 자체가 제품개발과정입니다.

그래서 소프트웨어세계에선 개발자들의 “업무역량”이 매우 중요합니다.
소프트웨어상품은 시행착오를 빠르게 반복하면서 만들어 집니다.
그래서 상품개발은 정부가 주도하기 힘듭니다.
느린 연간예산제도로는 시장의 트렌드를 따라가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소프트웨어산업은 훌륭한 개발자와 좋은 팀워크, 높은 업무숙련도가 필수인 분야입니다.
그래서 일반제조업과는 다른 인재상과 조직운영노하우가 필요합니다.

제품의 생산, 유통, 소비 과정 자체가 아예 다르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소프트웨어비즈니스를 하는데 소프트웨어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사업기획을 한다면 당연히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먼저 그에 맞는 가치관과 철학을 갖추는 것은 당연하고도 합리적인 접근 수순이라 할 수 있습니다.

Update : 2014.11.02 전체 내용 재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