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의 중심에서

기술은 사람을 행복하게 할 때 가장 아름다워진다.

SI산업의 문제점 2

시카고의 일용직 근로자 시장

시카고의 일용직 근로자 시장

SI산업의 문제점 두번째 이야기입니다.
SI 시장에는 건설현장의 인력소개소와 같은 업체들이 많습니다.
왜 생겼을까요? 여기에 대해 이야기 한 번 해보겠습니다.

정책과 제도는 양날의 검인데 부정적인 효과가 오랫동안 방치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1. 제도의 부정적 효과가 오래 지속
IT가 주력이 아닌 기업들은 개발팀이 없습니다. 그래서 신규 시스템을 아웃소싱으로 구축합니다. 이 기업들은 원하는 시스템을 잘 적어서 입찰을 부탁하는 제안요청서를 공지합니다. 그러면 여러 IT 업체들이 그 공고를 보고 제안서를 제출하고 가격입찰을 합니다. 발주기업은 평가를 통해 하나의 업체를 선택하고 그 업체는 절차에 따라 시스템을 구축합니다.

여기서 발주기업은 당연히 믿을만한 업체, 실패를 책임질 수 있는 업체를 원합니다. 그래서 어려운 시스템일수록 입찰자격을 까다롭게 합니다. 그러다보니 한 번 입찰을 통과한 업체는 까다로운 자격을 갖게 됩니다. 그런데 자격이 되지 않는 업체는 유사한 사업에 입찰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입찰할 수 없다보니 자격을 얻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해서 건전한 경쟁이 계속해서 발생되지 않고 한 번 승자가 영원한 승자가 되는 이상한 순환구조가 생깁니다. 바보같은 쳇바퀴이지만 엄연히 존재합니다.

그러다보니 작은 기업들은 승자를 통해서만 일에 참여합니다. 승자기업은 처음에는 수수료만 받다가 구매력을 바탕으로 제품의 가격에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때로는 심할 정도로 헐값에 사기도 합니다. 작은 기업들은 생존하지 못해 파산하고 맙니다.

(공식, 비공식) 자격제도의 폐단입니다. 실제로 꽤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모든 수행업체가 항상 충분한 리소스를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존보다는 독식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인력파견만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많은 SI개발자들이 겪는 사례를 살펴 보겠습니다.

2. 경력 속이기
대부분의 프로젝트 주관업체 (이하 주관업체)들이 선수주, 후수습을 합니다. 프로젝트 제안을 할 때는 자바 개발자 스무명이면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규격화된 개발자가 넘치던 시절의 구축 논리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자바 개발자 스무명을 구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일들이 일어납니다.

    1) 초급인데 중급으로 투입

    주관업체가 약속된 중급개발자를 못구하는 경우입니다. 경력을 속입니다. 정체가 노출되므로 가능한 침묵하게 됩니다. 커뮤니케이션이 쉽지 않으므로 프로젝트는 힘들고 개인의 멘탈도 무너집니다.

    2) C고급자가 java고급자로 투입

    자바를 배운지는 1~2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언어 숙련도가 낮아 java고급만큼 성과를 내지 못합니다. 커뮤니케이션도 어렵고 개발환경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처음엔 잘 모르고 투입 됩니다만 대부분 중간에 발각됩니다. 안타깝지만 주관업체는 여러가지 이유로 이 길을 선택하거나 선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경력속이기는 결국 품질의 하락으로 이어집니다. 대부분 펑크가 나고 PM이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3. 회사 소속 속이기
주관업체가 현재 역량에 비해 초과수주를 한 경우입니다. 즉 영업은 너무 잘 되는데 사업수행 인력이 부족한 경우입니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사업포기를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1) 한시적 소속 변경

    최근 계약서에는 주관업체 직원의 참여비율을 지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리랜서들에게 정직원들의 책임감을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관업체는 한시적으로 하청 회사 직원들의 소속을 바꾸어 투입하는 편법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은 회사 소속감이 없으므로 정직원 수준의 책임감을 기대하긴 힘듭니다. 결국 정직원의 책임감이 필요한 분야는 펑크가 납니다.

    2) 수행업체 PM으로 투입

    심지어 PM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하청업체 인력을 주관업체 PM으로 소개됩니다. 고객을 속입니다. 당연히 권한과 책임을 제대로 행사하기 힘듭니다. 프로젝트는 연속된 이슈와의 싸움인데 모든게 여의치 않습니다. PM은 좌절 속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프로젝트는 망가집니다.

개인은 정체성 혼란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매우 높아집니다. 물론 하청업체는 회사 경력을 얻을 수가 없어 사업자격을 갖지 못합니다. 자격조건이 권력화되어 기형적인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4. 희생양으로 투입되기

프로젝트 문제가 발생되면 기술부분이 희생양이 되어 아웃소싱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솔루션 문제, 아키텍쳐 문제, DB 문제 등은 거의 단골로 등장합니다.

    1) 아키텍트로 투입되었는데 아키텍쳐 문제가 아닌 경우

    어떤 문제의 원인으로 아키텍쳐가 지목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키텍트로 투입됩니다. 하지만 경험상 정말로 그랬던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대부분은 투입되면 기술 이슈 이외 정치적 부담까지 짊어지게 됩니다.

    2) DBA로 투입되었는데 어플리케이션 문제인 경우

    어플리케이션이 느린 이유는 대부분 SQL Query 때문입니다. 그런데 SQL Query는 전부 어플리케이션에 있습니다. 진단은 DBA가 할 수 있지만, 조치는 DBA가 할 수 없습니다. DB만 보면 된다고 해서 가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의 경우는 주관업체나 발주사의 프로젝트 수행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됩니다. 프로젝트는 사람을 움직여서 일을 하는 것입니다. IT프로젝트는 기술도 알아야 하고 사람도 알아야 합니다. 사람에 서투르고 기술에도 서툴러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사람문제는 서로 회피를 하게 되므로 결국 기술만 남아서 기술문제처럼 보이게 됩니다.

5. 왜 문제일까?
위 사례들은 한국적 SI 문화로 이미 오랫동안 자연스럽게 관습화되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조용히 별 문제없이 지내왔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야 해결되겠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문제가 됩니다.

어떤 문제가 될까요?

    1) 어디에도 축적되지 않은 경험과 기술

    겉으로는 수행업체에 기술력이 쌓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디에도 기술력이 쌓이지 않습니다. 주관업체도 아니고 하청업체도 아닙니다. 발주고객도 아닙니다. 그저 개발자 개인의 경험으로만 쌓입니다.

    사회적으로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사회적으로 가치가 생기려면 경험과 기술이 조직화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SI 환경에서는 누구도 기술을 올바로 자산화하지 않습니다. 그냥 개발자 노트북에 하나의 개발소스로 존재할 뿐입니다.

    2)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

    실패나 문제에 대한 외형적 책임은 수행업체가 집니다. 돈을 토해내거나 추가 개발자를 투입해서 프로젝트를 정상화합니다. 담당고객은 감봉이나 문책을 당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책임은 ‘문제를 바로잡는 것’과 ‘재발방지’를 전제로 합니다. IT가 핵심역량인 비즈니스의 경우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프로젝트가 이어집니다. 발주사에 학습시스템이 없으므로 문제는 반복되고 상황은 나아지지 않습니다. 사회적으로 매년 막대한 비용이 전산으로 지출됩니다만 비슷한 사례가 반복되고 아무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3) 개발자 시장의 붕괴

    SI시장에서는 신입 개발자들이 진입할 공간이 없습니다. 개발자 한 명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SI 시장에서 초급이란 단순작업의 일을 하는 것이지 배우면서 일하라는 의미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주로 개인 단위 고용이라 좋은 사수를 만날 수도 없습니다. 실수나 실패를 완충해줄 팀원들도 없습니다. 즉, 좋은 자질의 인력이 개발시장에 들어와서 성장할 수 없습니다. 팀웍이 낮으므로 높은 협업 생산성을 기대하기도 힘듭니다.

잘 훈련된 사람과 팀은 훌륭한 개발방법론이나 소프트웨어공학보다 몇 배 더 중요합니다.
개인단위 아웃소싱은 사회적 개발역량의 성장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입니다.

6. 요약
현재 한국 SI 시장의 큰 문제점은 이런 구조가 넓게 퍼져 있다는 것입니다. SI 발주물량이 늘어나면 IT회사들은 제품개발보다는 이 구조에 참여하게 됩니다. 생존을 위해서이기도 하거니와 회사 성장이 쉽고 빠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회적 IT자산은 쌓이지 않습니다. 10년이 넘도록 솔루션 하나 만들지 못하고 SI 파견만 하는 회사도 꽤 많습니다. 자산이 쌓이지 않으니 부가가치는 생기지 않습니다.

최근 SI 사업이 많이 줄면서 자연스레 이런 업체들이 줄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사회적 체질개선이 되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IT가 사업의 핵심역량이라면 그 곳에 시간을 들여서 경험과 기술자산을 쌓아야 합니다. 인력소싱을 유발하는 풀 아웃소싱은 일반적이고 규격화된 결과물을 얻는데는 무난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훌륭한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훈련된 정직원 팀을 갖는 것이 기본입니다. 여기에는 시간과 문화가 필요합니다.

종래산업 분야에서 IT의 역할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SI산업에게 IT분야의 씽크탱크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개인이 잘해서 풀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제도적, 정책적, 사회적으로 함께 풀어야하는 이슈가 아닐까 싶습니다.

※ 참고: SI산업의 문제점 1

SI산업의 문제점 2”에 대한 16개의 댓글

  1. dragon93
    2016년 3월 16일

    작성글에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이 있으나 SI 개발사도 문제지만 발주하는 발주사도 적정 단가를 주고 일을 시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점도 현재의 구조적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았나 합니다.

    프로젝트 예산 배정은 중급으로 계획하고 실제 수주하면 기술협상할때 고급 또는 특급을 넣어달라 요청하는 발주사를 많이 보아왔네요.

    FP도 있지만 그걸 인정하는 발주사는 거의 없는듯 싶습니다.

    • subokim
      2016년 3월 16일

      네, 맞습니다. 그 문제에 대한 글을 1편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총체적인 문제죠.
      현재의 문제는 너무 넓어서 글 하나에 담기에는 어렵더라고요.

  2. 핑백: SI 개발자란 | IT의 중심에서

  3. minbumkwon
    2014년 8월 21일

    현업고객 입장에서 회사 속이기, 경력 속이기를 나중에 알게 되면 정말 화가 나더라구요.. 산업 전반의 문제라면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렵겠군요. 통찰력 있는 글 잘 보고 갑니다!

    • subokim
      2014년 8월 21일

      네. 배신감도 배신감이지만 프로젝트에 꼭 문제가 생기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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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엔트리는 2014년 8월 19일에 님이 IT 산업이야기에 게시하였으며 , , 태그가 지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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