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KT, U+ 이동통신회사 IT 플랫폼에 대한 이해

전화, 이동통신은 대표적인 “인프라 투자형 사업”입니다. 플랫폼사업을 말할 때 제일 먼저 공부해 보아야 할 사례죠.

참고로 플랫폼사업은 어느날 갑자기 구글과 애플이 발명한 것이 아닙니다. 인터넷과 이동통신 시장을 벤치마킹하면서 오랫동안 실험해 온 결과입니다. 쉬워 보일 수 있지만 결코 쉬운 사업이 아니랍니다.

“통신사 시스템은 지저분하고 비즈니스가 없다”

옛날에 이런 불평을 하는 분이 있었습니다. 이 업계 고수분이었습니다.

당연한 말이라 별생각없이 넘어 갔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이동통신이 어떻게 플랫폼사업을 하는지 잘 알지 못하더군요.

그래서 초보적이지만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1. IT 비즈니스 특징

1990년대 이후 IT 성장은 “인터넷”을 떼어 놓고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특히 2G, 3G, 4G로 이어지는 이동통신은 이런 “인터넷”의 근간을 떠받치고 있죠. 물론 광케이블 기반의 유선인프라가 더 중요하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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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통신회사의 사업모델, 플랫폼)

암튼 이동통신사업은 “플랫폼”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 플랫폼의 대명사가 페이스북이지만, 이전까진 이동통신회사였습니다. 네트워크를 독점했거든요.

네트워크 위에 서비스 올리는 건 “이통통신사”들만 가능했습니다. “문자, 위치찾기, 소액결제 서비스”등을 말이죠.

SKT, KT, LGT 는 순수하게 망을 개방한게 아니라, 저런 단위기능으로 제공함으로써, 인터넷사업자들을 수용했거든요. 정확히 플랫폼 사업의 정의에 해당하는 일을 했습니다.

오래전 이동통신회사의 사장님이 이런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통신사업은 철강사업과 닮아 있다. 똑같은 재료지만 어떤 굵기와 길이로 뽑느냐에 따라서 용도와 가격이 달라진다. 판매자입장에서는 비싼 것만 팔면 좋겠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기능들을 잘 캐치해서 상품화할 수 있어야 한다.” 통신사업의 본질을 꿰뚫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단순히 네트워크만 열어주면 초당 1원입니다. “SMS 보내기” 기능을 열어주면 건당 10원이죠. SMS 는 1초에 수백건씩 날아다닙니다. 기능을 개발함으로써 훨씬 더 비싼 “부가가치”가 생산되었죠. 그래서 망사업자들은 이건 걸 “부가서비스”라고 부릅니다.

회선요금제와 부가서비스까지 결합한 상품도 만듭니다. “무제한요금제” 고객들에겐 “멜론 3개월 무료” 같은 걸로 말이죠. “벨소리”, “배경화면”, “멜론”과 같은 컨텐츠상품이 활용됩니다. 나중엔 “혈당측정기” 같은 특수장비도 동원되죠.

2. IT 인프라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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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인프라는 실시간으로 여러 장비를 이어서 하나의 호Call를 완성하는 시스템이다.)

통신이란 결국 아나로그주파수를 처리하는 기계입니다. 신호변환은 대부분 하나의 장비에서 하나의 역할을 담당합니다.

이런 장비들을 NE(Network Element)라고 부릅니다. 서버 한 대가 아니라 네트워크 상에 존재하는 하나의 기능단위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서비스시스템”도 NE라고 부릅니다.

SMS 발송시스템도 NE 입니다. 멜론 시스템도 NE입니다.

“신호변환장비”들은 대부분 복잡한 기능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비즈니스에 활용하려면 신호를 처리가능한 형태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동통신시스템은 중간에 “게이트웨이”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게이트웨이”는 복잡한 “신호”를 분류, 변환, 가공해서 “서비스시스템”, “과금시스템”으로 전송하는 일을 합니다.

전체인프라는 트래픽이 최고치를 찍을 때도 “신호”를 100%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호처리” 중심의 기술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신호는 아날로그적인 파동을 이야기하며, “호” 는 “통화”의 기본단위라고 보면 됩니다. 영어로는 Call 이라고 부릅니다. 더 이야기하면 길어지니까 넘어갑니다.

암튼 은행처럼 “업무단위”로 시스템이 설계되지 않습니다. 증설, 분리가 용이하도록 “기능단위”로 쪼개어져 있습니다. 특히 “시스템”, “네트워크”, “어플리케이션”별로 말이죠. 기본적으로 대량 트래픽을 처리하는 구조이며, 거대한 API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동통신인프라는 하나의 시스템만 들여다 보아서는 “비즈니스”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전체 시스템을 다 놓고 봐야 어떻게 설계된 건지 알 수 있습니다.

3. BSS 와 OSS

우리나라 말로 번역하자면 이렇습니다. “사업지원시스템”, “시설운영시스템” Business Support System, Operations Support System.

“사업지원시스템”BSS은 “고객”과 “제휴사”들을 상대하는 시스템입니다. 영업행위를 직접적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백오피스가 아닙니다.

“시설운영시스템”OSS이란 서비스와 관련된 모든 “장치”들을 포함합니다. 신호변환장비 뿐 아니라 시설 위에서 운영되는 서비스시스템도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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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SS, OSS 내부의 다양한 시스템들 )

3.1. BSS : Business Support System

가입, 빌링, 정산, 주문, 제휴, 영업판매시스템 등이 있습니다. 모든 시스템을 이야기할 수 없으므로 “빌링시스템”만 간략히 설명해 봅니다.

이동통신서비스는 “종량제”에서 시작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사용한만큼 돈을 냅니다. “1초에 얼마”, 이렇게 요금을 매깁니다.

사용하는 “호의 량”을 요금제에 따라 미터기(Metering)로 잽니다. 즉, 이동통신인프라는 일종의 거대한 “디지털 미터링시스템”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이 미터링시스템은 OSS 로 분류됩니다. BSS는 OSS에서 처리된 내역을 기반으로 “사업적인 처리”를 하죠.

미터링 처리된 “호”는 “빌링시스템”에 모두 들어와 쌓입니다. “빌링시스템”은 이렇게 처리된 “호”를 “청구서”로 만들죠. 그래서 속도보다 안정적인 처리가 중요합니다.

숫자 작업이 대량으로 발생되기 때문에 RDB를 쓸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비즈니스 로직변경도 용이해야 합니다. 계속해서 새로운 요금제와 상품이 출시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Java Spring, Oracle 로 개발합니다. Oracle 을 쓰는 건 RDBMS로선 실시간 백업과 복구가 쉽기 때문이고요. Java Spring은 트랜잭션의 정확성,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 그렇습니다.

3.2. OSS : Operations Support System

운영계란 회선시설과 그 위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를 통칭합니다. “단순신호”를 “서비스기능”으로 바꾸기 때문에 Service Enabler 라고 부릅니다.

SE는 적은 투자와 하나의 기능으로 다양한 기기를 지원합니다. 그래서 자꾸 아래와 같이 모습으로 진화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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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T 를 위한 Service Enabler 로서의 역할 및 기능구조)

OSS는 대량 트래픽을 수용해야 하므로 라이선스가 발생되는 SW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적극적으로 오픈소스를 활용하고, 직접개발을 합니다.

어떤 때는 보수적으로, 어떤 때는 적극적으로 오픈소스를 활용합니다. Oracle 보다는 MySQL을, Weblogic 보다는 tomcat을 쓰죠. 따라서 오픈소스 사용경험이 없는 개발자는 일하기 매우 낯설어합니다.

OSS의 밑바닥은 N-Tier의 통신 게이트웨이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어떤 경우는 DB가 없습니다. 고속처리를 위해 Socket 기반 통신기술을 사용합니다. Java, C/C++ 등이 이용됩니다.

OSS의 상부는 API 시스템이거나 서비스시스템입니다. API 시스템은 대부분 Web 기반기술을 사용합니다. Java Spring을 사용합니다.

서비스시스템은 대부분 Web 기반 기술을 사용합니다. 2G, 3G 때는 WML + Java Spring 이었으나, 스마트폰으로 넘어오면서 HTML(앱) + Java Spring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Java Spring은 HTML 과 함께 작업하기에 무거운 편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다른 언어를 사용하려는 움직임들이 있습니다.

4. 지나간 플랫폼의 시대

이동통신시장은 안드로이드, 아이폰 이전에도 다양한 업체들이 경쟁하는 플랫폼 시장이었습니다.

※ 참고글 : 죽은 플랫폼들이 주는 교훈

이동통신회사들은 회선사업자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했습니다. 폐쇄적인 생태계(Walled Garden)를 만들고 제휴사들과 개발자들을 락인시키려고 했거든요.

하지만, 오픈플랫폼의 등장하면서 이런 폐쇄형 사업전략은 실패합니다. 하지만, 어떤 플랫폼들이 만들어졌고 돈이 얼마나 들었는지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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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비스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개발자 및 제휴사의 요구사항들 )

4.1. SCE (Service Creation Environment)

OSS의 큰 화두는 다양한 서비스업체를 수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업체들이 경쟁사에게 넘어가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서비스업체를 지원하고 Lock-in 시킬 수 있는 “지원 환경”이 필요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일종의 “앱개발 생태계”인 것입니다.

SCE(Service Creation Environment)라고 부르며, SKT, KT, LGT 별로 이름은 다르게 붙였습니다. 구축도 자사특성에 맞춰 각각 다르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대표적으로 두가지 플랫폼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API플랫폼”과 “단말플랫폼”이었습니다.

4.1.1. API 플랫폼

이동통신사는 API 플랫폼은 필수적으로 구축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직접 모든 서비스를 만들 수는 없으니까요. 서비스업체들이 만들도록 지원했습니다. 그러나 오랜동안 Open API를 제공하지는 않았습니다. 불특정 다수의 거대한 트래픽을 수용하려면, 설비투자가 많이 필요했거든요.

4.1.2. 단말 플랫폼

단말은 이동통신회사가 소유한 강력한 서비스채널이자 자산입니다. 대량구매를 통해 독점단말을 공급받거든요. 단말에 자사서비스를 우선 탑재함으로써 독점력을 강화시켰습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등장하자 이런게 모두 사라지고 맙니다. 구글과 애플이 직접 개발환경을 제공하자, 개발자와 서비스업체들은 이동통신사의 API와 단말이 아니라, 구글과 애플이 제공하는 환경으로 옮겨탔기 때문입니다.

4.2. SCE의 기술적 특징

트래픽양이 라이선스비용을 감당할 수 없으므로 대부분 시스템을 직접 개발했습니다. 시장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하므로, 서비스 변경개발이 수시로 일어납니다.

그래서 오픈소스 기반 + 단순구조를 선호합니다. 요구사항변경이 잦아지면 구조까지 금방 복잡해지거든요. 유지보수 스트레스가 높아 전담 제휴사를 아웃소싱파트너로 운영했습니다.

요즘엔 IT 계열사를 만들어서 일감을 몰아주고 있습니다. SK C&C, KT DS 등이 이런 계열사입니다.

5. 비즈니스 플랫폼의 한계

“비즈니스 플랫폼”.
비즈니스가 플랫폼이 되는 걸 말합니다. 여기서 신규 서비스를 런칭하면 명확한 장점과 단점이 있습니다.

장점으론 신규업체가 따로 모객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플랫폼 위에서 오픈하면 자연스레 기존 이용객들이 들러봅니다. 즉, 백화점이 모객역할을 대신해주는 겁니다. 단점은 서비스이용자가 폭증해도, 통신사 고객수를 넘어설 순 없습니다.

하지만, 통신사 고객은 쉽게 늘리기 힘듭니다. 홍보만으로는 한계가 있죠. 그래서 회원이 많은 작은 서비스를 인수합병해서 고객수를 늘립니다. SKT가 네이트를 인수하고 LG텔레콤이 천리안을 인수했죠.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인수한 것도, 이런 욕심때문입니다. 회원기반의 서비스를 한다면, 성장이 뚜렷한 서비스를 저렴할 때 사두는 게 좋거든요.

하지만, SKT, KT 는 여기서 실수를 합니다. 인수한 서비스를 자사 네트워크에서만 제공하는 독점서비스로 정의했거든요. 오픈된 인터넷망이나 타사에게는 제공하지 않거나 쪼끄맣게 제공했습니다. “멜론”, “싸이월드” 같은게 대표적인 유사 사례죠.

이동통신사들은 플랫폼고객을 증가시키기 위해 타사고객을 빼앗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그게 번호이동이죠.

멜론을 KT와 LGT에 제공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사업기회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가두리 양식장”이라고 표현하는데, 영어로는 Walled Garden 이라고 합니다.

결국 이동통신회사들끼리 투닥거리다가 애플과 안드로이드가 등장하면서 플랫폼고객을 홀라당 다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사람들이 SKT, KT 가 아니라, 애플의 앱스토어에서 앱을 다운받았거든요.

고객을 빼앗기자 컨텐츠를 제공하는 개발업체도 빠르게 넘어가버리고 말았습니다. 굳이 SKT, KT, LGT 별로 따로 코딩할 필요없이, 애플용으로만 구글용으로만 만들면 되었으니까요.

6. 기회가 다시 없을까?

애플과 구글을 경쟁자로 한다면 새로운 기회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격차가 많이 벌어졌고, 그 격차를 메꿀 수 있는 방법도 없거든요.

하지만, “새로운 시장”을 겨냥한 거라면 기회는 큽니다. 예를 들어 O2O와 사물인터넷은 새로운 시장입니다. 아직 애플과 구글이 다 먹지 못했죠. 하지만, SKT, KT가 충분히 먼저 다가설 수 있는 시장입니다. 네트워크가 반드시 필요하잖아요.

앱푸쉬가 있긴 해도 SMS 는 필요합니다. 통신사의 결제기능, 회원데이터는 작은 회사들에게 너무도 간절한 것들입니다. 이동통신회사의 기술자산을 쓰고 싶어하는 기업들은 누구일까? 그 기술자산이 누구에게 어떻게 제공되느냐에 따라 충분히 게임이 달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눈으로 시장과 기술을 바라봐야겠죠. 레거시와 API의 개방전략이 기존의 틀이라면 결국 제자리 걸음이라고 봅니다.

7. 요약

사업의 특성에 따라 시스템은 다르게 진화한다. 시스템을 보고 비즈니스를 알 수 있어야 한다. 레거시가 지저분하다고 얕보면 안된다. 그게 다 기술자산이다.

끝.

SKT, KT, U+ 이동통신회사 IT 플랫폼에 대한 이해”에 대한 답글 1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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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귀하고 좋은 글 남겨주셔서 제가 공부하던 부분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런 주제를 두고 씌어진 자료가 국문으로 깔끔하게 정리된 게 찾기가 힘들었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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